'오늘도 어디에 누가 끼어 있을까?'
아이의 상상은 언제나 우리 어른들보다 한 발 앞서 갑니다.
김고은 작가의 그림책 [끼인 날]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그저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의 상상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구름사이에 끼인 강아자를 구해주고, 축구골대에 끼인 문어를 빼주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집에 들어오니 엄마와 아빠가 말다툼 중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싸움요정'이 끼어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갑자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너무 익숙했습니다.
- 아이가 보는 세상은 다릅니다.
예비부모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갈등을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어른들은 갈등을 '아이는 모를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들의 감정을 민갑하게 느끼고, 분위기도 빨리 알아챕니다.
다만 그게 어른들처럼 '엄마 아빠가 화가 났구나'라고 단순하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우리 가족 사이에 낯선 무언가가 껴있어!"라는 불편함으로 느껴집니다.
그게 바로 작가가 표현한 '싸움요정'입니다.
아이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복잡한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엉뚱한 상상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고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 싸움요정을 어떻게 없애줄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질문이 떠울랐습니다.
아이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어떻게 처리해야할까요.?
완벽하지 않은 부모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이 마음속에 싸움요정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 속 주인공처럼 아이와 함께 '요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도 요정이 있었던 적이 있을까?"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보면, 아이의 기억 속 감정들이 말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중요한 건 아이의 표현을 판단하지 말고 그대로 들어주는 거겠죠.
그리고 감정을 '끼여 있는 것'으로 비유해서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추성적인 감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어른들에게도 때로는 요정이 필요합니다
동화책이 어린이들만의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른들도 누군가의 감정과 감정 사이에 끼여 힘들어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예비부모인 저에게는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가족 갈등이 생겼을 때 아이에게 그냥 '엄마 아빠가 잠시 다툰 거야'라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들어주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갈등 후에는 '아까 엄마 아빠가 목소리를 높였는데, 네 기분은 어땠어?'라고 물어보고 감정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져야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우리 가족은 서로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완벽한 가족은 없지만, 서로 사랑하고 함께 성장하는 가족은 될 수 있으니까요.
- 마무리하며
아이의 상상은 그 자체로 위대한 감정표현이자 소통의 창입니다.
'싸움요정'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아이가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입니다.
예비 부모로서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우리는 완벽할 수 없지만 함께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함께 성장해 나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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