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강아지, 고양이 모두 안 돼"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상상력의 문을 열어준 걸까요?
앙드레 부샤르의 그림책 '사자는 사료를 먹지 않아'는 그런 상상의 끝에 도달한 엉뚱하고도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끝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날카롭고 충격적입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던 소녀
이야기의 주인공 클레망스는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단호한 반대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클레망스는 사자를 선택합니다.
사자는 사료도 먹지 않고, 본인이 먹이를 알아서 찾으니 클레망스는 아주 만족스러운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귀여운 장난처럼 느껴지는 이 선택은, 곧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재난과 공포의 서막이 됩니다.
사자는 사료를 먹지 않아요
사자는 정말 사료를 먹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먹거든요.
클레망스는 사자의 배변을 위해 산책을 합니다. 사람들은 사자와 아주 잘 놀아준다고 합니다.
'사자와 노는 동안 사람들은 골칫거리도 걱정거리도 모두 새까맣게 잊었지요'
하지만 독자는 그림을 통해 알아차립니다. 사자는 사람들을 하나씩 잡아먹고 있고,
도시는 점점 조용해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블랙 유머로 포장된 충격적인 결말
이야기의 마지막, 사자는 결국 클레망스마저 꿀꺽 삼켜버립니다.
'클레망스는 드디어 친구들과 만날 수 있었어요'
처음엔 따뜻한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함께'라는 말이 사자의 뱃속을 뜻하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웃음과 충격 사이 어딘가에서 멈칫하게 됩니다.
어린이의 순진한 시선으로 '죽음'을 포장하는 이 잔혹하고도 천진한 아이리니를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말 속 이야기 "사자가 제일 불쌍해"
이야기의 끝에 사자가 어린 사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한 어린 사자는 이야기합니다.
"사자가 제일 불상해 이제 먹을 게 사료밖에 없잖아요"
묘한 웃음이 터지는 말이었습니다. 책 속 이야기 중심에서 가장 강력했던 존재가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마무리하며
이 책은 우리가 종종 클레망스처럼 모르는 척 웃으며 위험을 키우고,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받아들이디가 결국 모두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고 잔인하지만 따뜻한 척하는 이 그림책은 읽을수록 불편하지만 기발한 질문들을 던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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