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돌봄'을 주고 받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보살피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작은 순간들 속에서 말이죠.
릴리아 작가의 그림책 '파랑 오리'는 그럼 돌봄의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순환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담긴 깊은 의미는 어른의 마음을 오래도록 머물게 합니다.
- 가족은 닮아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되는것
파랑 오리는 자신과 전혀 다른 존재인 악어를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안아줍니다.
그 순간 악어는 오리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가족은 무엇으로 이어지는 가?' 피인가요? 모습인가요? 언어인가요?
'파랑 오리'에서 가족은 닮아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되는 것 이라 말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가족 형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입양 가정, 보호가정, 다문화 가족 등 외형이나 조건이 아닌 관계의 본질을 바라보게 합니다.
- 돌봄은 일방향이 아닌, 삶 속에서 교차하는 것
처음에는 오리가 악어를 돌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오리가 늙고 기억을 잃어가면서 , 악어가 오리를 돌보게 됩니다.
"나는 엄마의 아기였지만, 이제 엄마가 나의 아기예요"
이 한 문장은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돌봄은 단순히 한쪽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흐름 속에서 서로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나는 것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노부모를 돌보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도 겹쳐집니다. 아이였던 우리가 이제 부모를 안아주는 시간이 왔음을, 그리고 그것이 슬픔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임을 이야기합니다.
-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파랑오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잊어버립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악어가 누구인지조차도 흐릿해집니다.
하지만 악어는 끝까지 오리를 기억합니다. "내가 지켜줄게요"
이 부분은 치매를 겪는 가족이 있는 분들에게 깊은 공감을 줍니다.
기억을 잃는다고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은 기억의 유효기간을 넘어서는 감정이라는 것을 '파랑 오리'는 조용히 알려줍니다.
치매와 돌봄에 대한 새로운 시각 '기억을 잃는 것은 사랑을 잃는 것과는 다릅니다.'
치매나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이 책은 특별한 위로를 줍니다. 환자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 때도, 그들에 대한 사랑과 보살핌은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 마무리하며
사랑은 '누가 더 오래 기억하느나'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곁에 있느냐' 입니다.
지금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면, 혹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이 그림책을 추천합니다.
마음 어딘가가 따듯하게 안아주는 기분을 느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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