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은 걸 배웠어요.
강아지에게, 고양이에게, 나비에게, 개미에게…
그리고 친구와 선생님, 부모님에게도 요.”
고미 타로 작가의 그림책 《모두에게 배웠어》는 단순한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세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아이의 감각과 내면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온통 배움으로 가득하고, 그 안에는 성장의 씨앗이 조용히 움트고 있습니다.
동물 친구들로부터 시작된 배움
책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출발합니다.
강아지를 보며 뛰어넘는 걸 배우고, 고양이에게 걷는 걸 배웁니다. 토끼에게는 들키지 않고 숨는 법을, 땅에서 일 너 아는 일이나 땅속의 비밀은 개미에게 배웁니다. 이렇게 아이는 말없이 존재하는 생명들로부터도 스스로 관찰하고 흡수하며 배워나갑니다.
이 장면은 아이의 학습이 꼭 교실이나 책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 줍니다. 아이들은 매일의 일상에서, 자연 속에서, 놀이터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흉내 내고 질문하며 자라나는 존재라는 걸요.
“나는 원래부터 배우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책 중간,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원래부터 배우는 걸 좋아했어요.”
이 한 문장은 모든 부모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배우게 하려는’ 노력을 너무 많이 하죠. 아이를 가르치는 데 집중하다 보면, 그 아이가 이미 스스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곤 합니다.
아이 스스로의 경험과 호기심, 관찰과 놀이가 얼마나 강력한 배움의 도구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이는 단지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배움을 즐기고 탐구하는 존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모두가 선생님이 되는 세상
책은 점점 더 넓은 배움의 범위로 확장됩니다.
엄마 아빠에게, 선생님과 친구에게, 동네 아주머니와 낯선 사람에게서도 아이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웁니다. 말을 잘하는 법, 서로 도와주는 법, 때로는 실수에서 배우는 것까지.
이 모든 존재들이 아이에게는 스승이 됩니다. 그리고 이 관계 속에서 아이는 자라납니다. 우리가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보여주는 말과 행동, 태도가 모두 아이에게는 하나의 '수업'이 되는 것이죠.
배움의 끝은 ‘나는 내가 좋아’라는 자존감
그렇게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차곡차곡 배움을 쌓은 아이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문장은 감동의 절정을 이룹니다. 아이는 누가 ‘훌륭하다’고 평가해 주기 전에, 스스로를 믿게 되었어요. 그 믿음은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경험 속에서 길러진 자존감의 힘이죠.
아이의 말은 우리에게 묻는 듯합니다.
우리는 아이가 ‘스스로 훌륭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가?
이 책이 부모에게 던지는 메시지
《모두에게 배웠어》는 단순한 그림책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배움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적인 그림책이자, 부모에게는 ‘아이를 믿는 법’을 가르쳐주는 성장 수업입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가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더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고미 타로는 말합니다.
“아이는 이미 스스로 배우고 있어요. 그걸 믿어주세요.”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매 순간이 교육이고, 사랑이며, 성장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아이가 가진 배움의 힘을 신뢰하는 우리의 자세 아닐까요?
'동화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경숙 작가의 '아주 커다란 물고기' - 물고기 보다 커질 필요는 없어요 (0) | 2025.07.25 |
---|---|
이춘희 작가님의 '책보' - 자투리 천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3) | 2025.07.23 |
사라 룬드베리 작가의 '잊어버리는 날' - 실수투성이 하루, 누구에게나 있다 (0) | 2025.07.22 |
서숙원 작가의 '내 이름은 둘째' - 둘째의 마음, 진심으로 들어본 적 있나요? (0) | 2025.07.21 |
황선화 작가의 '부끄러워도 괜찮아' - 아이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 (0) | 202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