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사용하던 보자기를 기억하시나요? 색색의 천 조각들이 이어 붙여져 있고, 묘한 따뜻함이 느껴지던 그 보자기 말입니다. 《책보》는 바로 그런 '자투리 천'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낡은 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의미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전달하며, 우리가 잊어가는 전통과 정서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버려지는 것에서 찾은 아름다움
《책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투리 문화의 미학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천 한 조각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습니다. 헌 옷에서 잘라낸 조각, 색이 바랜 이불천, 손때 묻은 옷자락을 모두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이어 붙여 새로운 보자기로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보자기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색깔도 제각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정성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이어 붙인 보자기는 비록 모양이 일정치 않고, 색이 제각각 이어도, 정성이 깃든 수공예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요즘처럼 대량생산되고 빠르게 소비되는 세상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전통은 자원절약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각각의 천조각에는 그 옷을 입던 사람의 이야기, 그 천을 만들던 시간의 온기, 그리고 그것을 엮어내던 손길의 정성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여, 단 하나뿐인 책보를 완성시킨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전통문화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것들의 소중함
주인공 옥이는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책보를 들고 나갔다가 실수로 김칫국물을 쏟습니다. 자랑스러웠던 책보가 얼룩져버리자 옥이는 속상해합니다.
하지만 이내 옥이는 깨닫습니다. 이 책보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할머니의 정성과 기억, 관계의 온기가 스며있는 특별한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천 조각 하나하나에는 무형의 감정들이 담겨있습니다:
- 엄마의 웃음
- 할머니의 손길
- 집 안의 따뜻한 냄새
그래서 얼룩 하나조차도 다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빛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진짜 가치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단순한 재활용의 미덕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에서도 의미를 찾는 마음입니다.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수성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런 감성은 삶을 더 깊이 있고 넉넉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들
《책보》는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가치들을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빠르게 버리고 빠르게 잊는 사회에서 '자투리'는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합니다.
"조금 낡았지만 정성이 담긴 것들이야말로 진짜 오래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바로 '작은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책보의 천 조각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듯이, 우리도 서로 다른 삶과 마음을 모아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마무리하며
《책보》는 유아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의 마음에도 깊이 스며듭니다.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문득 할머니 손길이 그리워집니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물건 하나하나가 새삼 고마워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우리 삶 속에 깃든 '책보 같은 감정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단순한 천 조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연결'이라는 더 큰 의미가 됩니다. 그 따뜻함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잊지 못할 이야기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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